통증이 은혜일 때도 있습니다
이상욱 목사
제가 섬기는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몇 달 전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습니다. 발목이 부어오르기는 했지만 별다른 통증은 없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약을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.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저와 탁구를 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.
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큰 통증은 없지만 계속 불편해서 병원에 가서 검진했더니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. 부러지긴 부러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뼈가 붙었답니다. 문제는 뼈가 제대로 붙어야 하는데 조금 어긋나게 붙었다는 것입니다. 당장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지만 앞으로 인대 손상이라든지, 퇴행성관절염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빨리 오게 되니 지금 수술을 해서 바로 잡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며칠 전에 수술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.
병원으로 심방 간 자리에서 왜 그렇게 미련을 떨었느냐고 했더니 자기도 몰랐답니다. 만약 뼈가 부러진 줄 알았으면 당장 병원에 가서 기브스를 했지 그렇게 했겠느냐고 말합니다.
의사가 그러더랍니다. 뼈 자체는 통증을 모르기 때문에 부러진 상태에 따라서는 통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. 그래서 크게 아프지 않으니 부러진 것은 생각도 못했고 생각도 못했으니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. 단지 발목이 붓고 일상생활이 좀 불편할 뿐이니 점점 좋아지겠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. 결국 간단히 기브스만 하면 될 것을 뼈를 깎아내는 큰 수술까지 했습니다. 앞으로 2주 정도는 꼼짝할 수 없고 2개월은 절대 안정을 해야 합니다. 아파야 할 부위가 아프지 않은 바람에 그렇게 일이 커지고 말았습니다. 통증이 없었던 것이 복이 아니라 독이 되어버린 셈입니다.
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. “다쳤을 때 아파야 하는 게 정상이네. 통증이 없다고 내버려 두면 더 큰 병이 되니 아파야 할 때 아플 수 있는 것도 은혜 아닐까.”
지금 북서울교회는 아픕니다. 많이 고통스럽습니다. 하지만 이 고통이 교회의 아픈 곳을 찾아서 치료하고 회복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. 교회의 의사이신 주님께서 북서울교회를 잘 치료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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